&저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아기 때부터 교회에 나갔습니다. 하나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 부모님 손을 잡고 나갔던 교회기에, 신앙이나 믿음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교회는 일요일에 가는 곳, 성경은 교회에서 읽는 책 정도로만 생각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모범생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자라서 좀 더 컸을 때는, 학교 공부하듯이 말씀을 마음이 아닌 머리로 들으며 성경 내용에 대한 지식만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저는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에 무서울 게 없는 교만한 어린애였습니다. 우리집도 꽤 신앙이 좋은 집이야, 라고 생각하고,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5,6학년 즈음 아빠가 반 년 간 가출을 하고 교회에 나오지 않는 모습을 보며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이내 그런 모습에 익숙해졌고, 영문도 모른 채 엄마를 따라 다니던 교회에서 우리들교회로 옮겼습니다. 처음에 왔을 때는 억지로 옮긴 교회였기 때문에 적응이 힘들다고 떼를 쓰며 소년부예배를 드리지 않고, 엄마 옆에서 멀뚱멀뚱 앉아있었습니다. 그 다음주부터는 소년부에서 제대로 예배를 드렸고, 처음으로 ‘큐티책’ 이라는 걸 받았습니다. 초반에 설교를 들을 때는 몸에 밴 습관으로 공부하듯이 큐티책에 설교내용을 적고, 중요해 보이는 말씀에 줄을 치고, 포스트잇을 붙혀가며 필기했습니다. 당연히 설교를 머리로 들었기 때문에 마음에 와닿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듣다보니 전 교회에서도 들리지 않았던 설교가 마음에 와닿기 시작했고, 집에서 큐티도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태도도 얼마 가지않아, 교회에 익숙해지자 큐티를 게을리 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한심해진 아빠의 모습과 그런 아빠 때문에 속상해하는 엄마를 보며, 맘 속에는 원망과 판단, 증오가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이유를 통 모르겠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점점 소극적인 성격의 중학생이 되고, 또 1년이 지나 중2가 되었을 때, 제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세지 않아 약재료로 쓰임받지 못하는 것 같은 나의 고난에 대한 의문의 열등감이 생겨났습니다. 제 완벽주의와 승부욕에 의해 생겨난 이 열등감은 수련회를 거듭할수록 커졌고, 결국 엄마에게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할 말이 있다면서 조용히 저와 동생을 방으로 데리고가셨습니다. 그 때 저는 아빠가 바람을 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사실 눈치채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 짐작이었었기 때문에 확답을 들으니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교회에서 더 세고 센 고난을 많이 들어서 다행히 충격은 크지 않았지만, 이로 인해 아빠에 대한 원망과 미움은 더 커졌습니다. 가끔 일어나는 부부싸움에서 보이는 아빠의 몰랐던 면을 보면서도, 점점 아빠를 진심으로 미워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아빠를 멀리하며 엄마에게만 의지했습니다. 그러나 엄마만 의지하면서도 나까지 엄마를 힘들게 하면 안 된다, 가장인 아빠가 흔들리고 있으니 맏딸인 나라도 힘내야 한다는 주제넘은 책임감을 스스로 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은 더 힘들어졌습니다. 더군다나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장래희망이 중2 때 사라지면서 마음 속이 텅 빈 것 같았습니다. 그 빈 곳을 SNS와 취미생활로 채우려했지만 채우려하면 할수록 더 비어져갔습니다.
그러던 중 저번 겨울수련회, 우물가의 여인에 대한 설교를 들으며 내 마음의 텅 빈 곳은 하나님의 사랑과 말씀으로 채워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련회가 끝난 후, 그런 결심은 며칠 가나 싶더니 곧 끝났습니다. 여전히 SNS에 시선을 고정하며, 중3이 되어 진로 방향이라도 정해야한다는 주변의 압박 때문에 공부 쪽에서도 방황하고 있습니다. 또한 감정표현이 서툴러서 기분 나쁜 일도 마음 속에 쌓아두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런 쌓여있는 것들을 하나님 앞에서 풀어내고, 마음의 목마름을 하나님의 사랑과 말씀으로 채울 수 있게 기도해주세요. 또, 아빠를 용서하는 마음을 갖고 교회 오자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제가 될 수 있게 기도 부탁드립니다.